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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뷔

우주 배영 2017. 3. 11. 22:04





도망쳤다. 씨발. 좁은 모텔, 좁은 침대에서 몸을 구겨 잤다. 섹스 말고, 수면. 옆방에서 격한 소리가, 새벽 내내 들렸지. 누가 비 오고 나면 맑아진대, 머리통 한 대씩 갈겨 주려니까. 떡 치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쌍!

김태형은 내 원수다. 원수랑 같은 침대 위, 같은 이불을 덮고 잤다. 얼마 잔 것 같지도 않은데, 저절로 떠진 눈. 피곤했다. 원수는, 입에 내 엄지손가락을 물고서 자고 있었다. 어쩐지 축축하더라. 이렇게 좆같을 수도 없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가관이잖아. 손가락을 살며시 빼고, 서랍에 구비되어 있는 새삥 딜도를 입에 물려 주었다. 이 상황에서 발 뻗고 잘도 처잔다. 신기할 따름. 일어나, 김태형. 씻고 나가게. 싸구려 샴푸와 바디워시 냄새. 둘의 몸에서 똑같은 냄새가 진동을 했다. 너희 모텔 갔다 왔냐? 라고 물으면 둘러댈 것도 없이 긍정의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 그런 냄새. 야, 네가 한 짓이지. 내가 뭘 했다고 아침부터 지랄이야. 혼신의 모르쇠를 했다. 안 들어도 딜도 이야기, 뻔할 뻔 자다. 얼마나 빨아댔으면 입술이 붓냐. 나갈 채비, 옷도 없으면서 갈아입는다고 뒤돌아 있는 김태형 엉덩이에, 딜도를 대고 쑤시는 시늉을 했다. 이 미친 새끼야!

뺨을 맞았다. 카운터를 보는 모텔 주인의 눈빛이 읽혔다. 읽으려고 노력한 건 아닌데, 우리 사이를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잘 보라는 의미로, 원수의 큰 귀를 살짝 깨물었다. 순간 입모양을 읽었다. 생긴 건 예쁘게 생겨서, 입은 못났다. 방금 예쁘다고 생각한 건가? 어, 그럴 수도 있지. 김태형 예쁜 것 맞다. 그러니까 죽고 못 살지, 내가. 아버지를 빚잔치하게 만들고, 집도 잃게 만든 원수라고 김태형이 못생겨지나. 하루아침에 폭삭 망했다. 아버지는 만만치 않은 야망을 품고 있던 사람인데, 김태형의 아버지는 더 만만치 않았다. 더했다. 독했다. 회사의 복제품을 만들고, 음모를 꾸몄다고 한다. 망가진 것들을 시중에 내놓았다. 일부러 망가뜨렸을 거라고 추정한다. 그리고 적중. 소비자들은 우리 회사가, 불량을 판다고 굳은 믿음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렇게 망했다. 아니, 망한 건 아니다. 자회사가 되었다. 이게 무슨 장난인지, 나는 김태형을 좋아하는데. 질색팔색을 하던 김태형은, 속셈을 알아차렸는지 입술을 혀로 핥았다. 내 입술을. 그렇게 또 껌뻑 죽었다.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뒷목 잡고 키스할 뻔했네.

왜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갈 곳이 없었다. 집은 절대로 가지 못했다. 커밍아웃을 했거든. 이 시나리오로 신파극 한 편 찍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망할 만큼 망했는데, 더 이상 망할 게 있나? 해서, 김태형이랑 연애할 거라는 선전포고를 했다. 없는 주제에 이유 모를 자신감만 많았다. 내가 멍청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더 망할 게 있었고, 그대로 쫓겨났다. 어휴, 지하 단칸방에서 나오니 살 만하다고 자기 위안을 했다. 소지품, 휴대 전화, 씹고 뱉은 못 버린 껌, 차 키. 차 키? 키가 있으면 뭐하냐, 차가 없는데. 결국 소환했다. 원수라고 하기에도 그렇다. 내 원수는 아니야, 우리 집 원수지. 돈 가지고 나오라고 해서, 오만 원 들고 나왔다고 한다. 소소한 새끼. 원수가 따로 없, 아니, 응. 너는 뭐라고 했는데? 별거 아니야, 네가 나 임신시켰다고 했어. 엉, 원수 맞네.

야, 나 그런데 너랑 사는 거면 지하 단칸방도 좋은 것 같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던데. 내가 자식이 아니든가, 어머니 아버지가 부모가 아니든가. 둘 중 하나다. 모르겠다. 태형아, 호적 파이면 문자 오냐? 글쎄, 아직 파여 본 적이 없어서. 아버지가 너 죽이겠다는데. 어디에서 대화 중이냐면, 여기 보육원. 갈 데가 없어서 봉사하러 왔다. 참, 갈 데 없어서 온 게 아니다. 봉사 정신이 투철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니다. 실은 우리가 지금 고아다. 갈 곳은 정해져 있었다. 낮잠 시간이라는 말에, 김태형이 드러누웠다. 너더러 자라는 소리가 아닐 텐데. 뻗은 애를 두고 설거지를 했다. 마지막으로 손을 탈탈 털고 있으니, 뒤에서 앞치마 안으로 손을 넣는다. 여기에서 섹스하는 꿈꿨어. 네가 앞치마를, 내 입에 쑤셔넣었다? 그새 꿈을 꾼 것도 웃기다. 어디에서건 자빠져 잘 잔다. 하여튼, 재주야. 여기에서 하자고? 지분대는 손을 거두지 않는다. 정답 나온 거 아니야? 잠깐, 이대로면 핀트 나갈 것 같은데. 벽으로 밀쳤다. 딱, 입술에 시선을 꽂자 발랄한 목소리를 가진 원장 선생님께서 오셨다. 나타나셨다는 말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앞치마가 있다는 게 행운이었다. 웅장한 나의 텐트를, 겨우 가릴 수 있었으니.

복수를 했다. 구연동화를 해 준답시고, 김태형을 내 위에 앉혔다. 채 가라앉지 못한 내 것이, 김태형의 통통하게 살이 오른 엉덩이를 찔렀다. 물론 내가 더 죽을 맛이었다. 딱히 복수는 아니었네. 얘도 남은 부끄러움은 있는지, 목덜미에 고추장 바른 줄 알았다. 자세를 고쳐 앉는 것처럼 보였겠지. 그러게 왜 그렇게 대담한 척을 했어, 평소에. 아이들 앞에서 이러기에는, 보통 배덕이 아니어서 책을 내팽개치고 일어섰다. 일어선 것은 우리 둘. 나는 이미 일어서 있었다. 벌떡 선 채로 관계자 분들께 인사할 수가 없었다. 손목을 잡고 그대로 나갔다. 안녕, 양갈래 친구야. 사탕 잘 먹을게, 어디로 먹을지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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