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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뷔

우주 배영 2017. 4. 22. 21:06



즐거운 망상, 공포, 유희. 군데군데 스며 있는 퀴퀴한 냄새가 순간을 멀어지게 한다. 가냘픈 손목을 붙들고 있는, 얼마간 움직임이 있을 적마다 철그렁 소리를 내는 쇠붙이. 불필요한 발악으로 인해 서슬 퍼렇게 생긴 멍들은 낙인처럼, 살갗을 물감으로 매긴 것처럼 망울이 벙글었다. 장차 시들지는 않겠다고, 뼈만 남아 잘 마른 가죽을 매만진다.

돌아누운 채로 반응 없는 등. 야윈 등마루가 요란하다. 둥글게 아치를 이뤄 불거진 척추뼈. 뭉뚝한 손끝으로 선을 따라 타고 오른다. 부서질 것 같은 어깻죽지까지 다다르고, 조밀하게 박혀 있는 솜털 위로 콧김을 내쉰다. 시종여일한 무반응에 물러서랴, 잠잠한 뒤통수는 짓궂은 오기를 부른다. 물고 늘어지기 좋게 돌출된 귓불을 한입에 집어삼킨다. 철그렁, 보다 취약한 귀. 뒤에서 전적으로 밀착한다. 옆구리에 찰싹 붙어 있는 늘어진 팔 아래를 파고들어 틈 없이 부둥켜안는다. V, 내가 왔는데 자는 건 아니지? 물렁하면서도 딱딱한 귓불을 한참 이로 짓이긴다. 퉁퉁 붓든지 말든지. 끈질기게, 녹아내릴 때까지 들볶을 심산, 이었는데, 어라. 알궁둥이로 중심부를 비비적거린다. 조그마한 방울로 장식되어 있는 목줄을 잡아당기니, 짤랑거리며 매가리 없이 고개가 뒤로 확 젖혀진다. 그걸로 되겠어?

​다물리지 못해 벌름거리는 천한 아랫구멍, 엉덩이 골에 점액질을 흩뿌렸다. 잠자코 색색이다가 이내 풀썩 침대에 엎어진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저번 사정 흔적이 여태껏 남아 있더라. 호흡마다 같이 숨쉬는 구멍을 엄지로 한껏 벌려 담배 한 대를 꽂는다. 안 된다고 처절하게 말하지, 진즉 맛이 가 쥐어짜내는 음성. 속에서 끓는 가학심. 안 돼, 안 돼…. V의 가여움은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견딜 수 없다. 면면히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태우고 남은 재를, 마시려고 한다.

지포 라이터를 딸깍이는 동시에 방울 소리가 난다. 엉덩이 더 들 수 있잖아. 젖어 있던 골은 어느새 말라 탁하게 덕지덕지, 보기에 불결했다. 시간을 내서라도 필시, 직접 손으로 씻겨 주어야겠다고 실없이. 마음속으로 그려 본다. 지독히도 시린 냉수를 더벅머리 위로 끼얹는 나. 파리한 몸은 낙하하는 물줄기를 피할 생각도 못 하겠다. 안아 달라고 말해 봐. 상상 속의 내가 말한다는 게 그만, 입 밖으로 내뱉고 말았다. 더 웃긴 것은 섹스 토이처럼 엉덩이를 죽 빼고 있던 V가, 안아 달라고 울음을 터트렸다. 본래 눈물에 약하다. 담배를, 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고 눈을 내리깔아 타들어 가는 것을 본다. 불씨가 닿는 족족, 그을린 자욱을 남긴다. 잃어버린 형체는 어디로 가는 걸까. 언제쯤 되찾을까. 한 번도 빨지 않고, 품에 쓰러진 V를 고쳐 안는다. 둘레에 맞게 옥죄는 목줄 위로 야무지게 자리잡은 목울대가 적막하다. 다 게우고도 더 게울까. 금세 곯아떨어져 소록소록, 눈꺼풀이 간격을 두고 떨린다. 별 볼 일 없는 이곳도 한창에는 외부 간섭 필요 없는 세계가 된다. 담뱃불을, 손목에 가져다 댄다. 깨우기 위해서, 채근하는 이 없음에도 야금야금 번지는 불을 지져 끄기 위해서. 파드득 놀라 깬 얼굴, 잘 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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