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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뷔 缺乏

우주 배영 2017. 2. 25. 21:57




분리 불안과 애정 결핍에 시달렸다. 마냥 내 사랑을 갈구하는 김태형. 애정에 목말라서 죽을지도 모른다고, 나를 옭아맸다. 그렇게 나밖에 모르는, 나 없이는 숨도 못 쉬는 어린애 같은 김태형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태형아, 누가 이렇게 만들었지? 너를 좀스럽게 갉아먹는 건 누구야?

김태형은 어딘가 불안했다. 불안한 만큼 살을 비벼 왔다. 섹스로 사랑을 확인했다. 그에게도 단출하고 소소한 취미 생활이 있는데, 예쁜 속옷을 닥치는 대로 모았다. 그 취미가 생긴 이유도 바로 나다. 충분히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김태형은 스스로 납작한 가슴 위로 브래지어를 채우기도 한다. 채워 주는 것도 좋아하지만 풀어 주는 걸 더 좋아하는, 앙큼한 김태형. 잦은 외출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지, 남겨진 빈집에서 칼로 목이며 팔을 쑤셔댔다. 곳곳에 숨긴 뾰족한 것들을 잘도 찾아냈다. 우리의 보물찾기였다. 짙은 상처 위로 애무해 주는 것을 즐겼다. 그러면 제대로 아물지 못한 상처가 툭, 검붉은 핏방울을 뱉을 때도 있다. 김태형은 송골송골 맺히는 피를 보고서도 아무러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잠깐 코를 찡긋하는 것 말고는. 지민아, 핥아 줘.

하루 종일 김태형 혼자 집을 지켜야 할 때였다. 아침부터 울어재끼는 태형을 달래는 건, 여간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말 잘 들을게, 지민아, 나도 같이 가. 어떤 사람이 약속 장소에 개새끼를 데리고 가겠어. 뭐가 그렇게 슬픈지, 숨넘어갈 듯 우는 걸 보는 내 마음도 결코 편하지 않았다. 작정을 했는지, 주로 자해의 용도인 커터칼로 내 구두를 찢기까지 했다. 손에서 칼을 빼앗는 게 급선무였다. 태형아. 이름 부르는 것 한 번에 행위를 멈출 수 있었다. 이리 내, 손에 그거. 우느라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고개를 저으며 고집을 부렸다. 이러면 가서 아예 안 올 거야. 뭐가 예쁘다고. 딸꾹거리던 김태형은, 잘못 들은 줄 알았나 보다. 나 안 들어올 거라고, 너보다 예쁜 애들 찾으러 가게. 못을 박았다. 비로소 더 이상의 힘을 빼지 않고 타이를 수 있었다. 툭 건드리면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울지 말라는 호령이 떨어지자, 떨리는 입을 꼭 다물었다. 실랑이를 겨우 끝낼 수 있었다. 오늘은 느낌이 안 좋아, 임시방편으로 화장실 바깥 문고리에 목줄을 단단히 맸다. 얌전히 있어야 돼. 으응, 빨리 와….

또 강아지 때문에? 오늘따라 심하더라, 변명 아니야. 구차한 핑계가 아니다. 사실이니까. 촉박한 시간 탓에 대충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집에 가서 혼꾸녕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정대로 어두워지고 나서야, 기다리느라 지쳐 있을 김태형을 달래러 갈 수 있었다. 내가 돌아온 것도 모르고 곯아떨어져 벽에 등을 붙인 안쓰러운 모습이었다. 눈 밑은 눈물 자욱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잠든 지 오래 같은데, 깨우기도 미안했다. 그렇다고 이곳에서 재울 수 없는 노릇. 일단 목에 갑갑하게 채워져 있는 목줄을 풀어 주었다. 그나마 편해졌는지 고개를 아예 푹 숙여서 졸기 시작했다. 목에 닿는 차디찬 손에 놀라 눈을 스르르 떴다. 피곤함에 잔뜩 잠겨 있는 섹시한 목소리, 귀엽게 늘이는 말꼬리까지. 나갔다 왔으니까 씻어야 해. 맞지이.

우리는 좁은 욕조에 들어갔다. 어떤 날은 양끝에, 어떤 날은 김태형을 내 위로 앉혔다. 요즈음 알아서 내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다. 물 위로는 목욕 시간에 가지고 노는 오리 가족을 띄웠다. 풍덩거리는 김태형 탓에 오리가 뒤집히기도 했다. 물이 화장실 바깥까지 튀면 허리를 꽉 끌어안아 제지했다. 알아들었는지, 움직임이 사그라들었다. 물 점점 차가워져, 추워. 추워? 일어나 있어 봐. 나는 욕조의 물을 비웠고, 김태형은 구부정한 자세로 가만히 서 있다, 완전히 깨지 못해 일직선으로 밀려오는 졸음을 견디지 못하고 욕조에 걸터앉았다. 얼른 씻고 자자. 끄덕이는 건지, 꾸벅이는 건지. 조그마한 턱을 잡고 고개를 들게 했다. 풀린 눈에서 비누 향이 물씬 풍겼다. 키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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