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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뷔

우주 배영 2017. 3. 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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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 책장 사이에서 키스를 하고는 했다. 원체 책은 관심도 없고, 흥미도 느끼지 못하지만, 동그란 안경에 페이지를 넘기는 곱다란 김태형에게는 흥미 120%. 열없는 김태형, 내 말 너무 잘 듣지. 태형아, 나는 네가 아주 망가졌으면 좋겠어.

​​통금 시간 여섯 시, 무르익은 분위기를 깨는 좆같은 통금. 겉옷을 챙기며 칼같이 나간다. 열 시에는 보내 줄게, 나랑 있자. 잔뜩 곤란한 듯한 표정으로 싫다는 말은 안 한다. 돌아올 대답은 뻔했다. 아니면 밤새울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김태형은 좀 전에 꿰입은 옷을 벗었다. 교복도. 지금까지 아껴서 먹으려 했는데, 좁디좁은 골반이 예뻐서 안 되겠더라. 들어찬 것을 어디까지 삼킬 심산인지, 아다 주제에 욕심은 많아 몸뚱아리가 흔들릴 때마다 걸리적거리는 자기 것을 위로 쥐고서 허벅다리만 벌려댄다. 정신없이 김태형을 혹닉했다. 불같던 정사를 끝내고 보니, 구멍이 다물리지 못하고 움찔거렸다. 외설 그 자체였다. 외박 후, 집에 가는 게 두렵다며 우리 집에 눌러앉았다. 김태형은 그 대가로 내 친누나의 손가락에도 따먹힌다. 나를 똑 닮아서 좋았다고, 이불을 끝까지 뒤집어쓰고 몸을 웅크린 채 말한다. 묘한 정적이 흘렀고, 눈을 빼꼼 내밀더니, 네가 제일 좋아. 애교 많은 개를 키우게 됐다.

줄곧 반으로 찾아갔다. 큰 소리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목이 집중된다. 저벅저벅, 들어서면 분위기는 싸늘하게 얼어 버린다. 대놓고 욕을 하는 애들은 없다. 반에서 섹스를 해도, 둘만 있는 공간인 듯 살끼리 부딪혀 마찰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종종 입을 틀어막고 밖으로 뛰쳐나가기도 한다. 맥을 못 추리는 김태형을 끌고 나갔다. 지민아, 수업 종 쳤는데.... 열감을 이기지 못한 눈 주변이 벌겋게, 색스러웠다. 개방되어 있는 옥상, 김태형은 옥상을 무서워한다. 겁에 질려 있는 얼굴을 보면, 왜인지 모르게 심술궂어지는 경향이 있다. 낮은 난간에 두 발을 올리고, 뒷걸음질을 칠 때 김태형은 하얗게 질린다. 울지 마, 나처럼 웃어야지. 불복하는 일은 없기에 눈물 범벅인 얼굴로 억지로 웃어 보인다. 덜덜 떨리며 경련하는 입꼬리. 한두 번도 아닌데 반응은 늘 같다. 반대로, 김태형을 난간에 세워 둘 때도 있다. 실외기 위에 앉아, 후들거리는 다리를 구경한다. 주로 하는 뒤치기에 푸른 멍이 박혀 있겠지. 얼마 안 돼서 내 방향으로 두 팔을 뻗는다. 아기처럼.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으쌰, 하고 내려 주면 등허리를 껴안는다. 어땠어, 경치 좋지. 미워, 박지민.

담배를 가르쳤다. 엉뚱한 곳에 입을 대길래, 한바탕 웃었다. 실수가 창피하기는 한지, 웃은 죄로 등짝을 맞았다. 받지 않고 고개만 젓길래 직접 입에 물려 주었다. 들이켜야지. 볼이 홀쭉 들어갔다. 좆 빠는 것 같네. 눈을 질끈 감고 잔기침을 해대자 물고 있던 담배가 땅으로 추락했다. 손 말고, 입으로 주워. 주저하는가 싶더니 몸을 낮췄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이리저리 비틀었다. 떨어진 담배를 받아들었다. 앞에 앉혀 놓고 불을 붙였다. 신기한 눈으로 바라본다. 깊게 들이켰다. 연기를 머금고, 앉아 있는 김태형의 입술로 돌진했다. 입술을 맞붙이고 연기를 보냈다. 맛있어? 간헐적인 기침. 슬쩍 끄덕인다. 본드도 해 볼래? 빈 교실, 그리고 교실의 빈 사물함. 사물함을 열고 진노랑 싸구려 본드를 쭉 짜냈다. 머리칼을 쥐고 사물함 안으로 머리를 박아 넣었다. 팔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허공에서 휘저었다. 급기야 옆 사물함을 손바닥으로 팡팡 내리친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금방 놓아줬다. 사물함에 등을 기대고 섰다. 턱으로 흐르는 침. 맛 갔네, 김태형. 어때? 좆, 같아….

동그란 안경, 페이지를 넘기는 손. 문단을 쫓는 눈. 올곧은 허리. 단정한 김태형. 어느 정도 물들이고, 망가뜨린 것 같으니 이제 재미 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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