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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뷔

우주 배영 2017. 5. 7. 21:56



감시, 가능세계可能世界의 중문을 넘어, 만 개의 빳빳한 잎이 달린 단단한 나무 기둥을 타고, 산산이 찢어진 천공으로 들어가. 쭉쭉 째진 극공으로, 뭉그러뜨릴 수 있는 떼구름이 터트리는 부스러진 진물 난 섬광에 화상을 입는다. 나는 가끔 빛을 만져. 동글게 물집이 잡히거나, 고기처럼 피부가 군침 도는 연갈색으로 익거나. 발광체인 별이 되지 못해서 그렇다. 플라스틱 콘솔을 쥐고, 트는 방향으로 조종이 된다면 좋을 텐데. 감히 도달할 수 없는 골수의 게슈탈트를 범하고 싶은 게 더 크다만. 뒤꽁무니만 쫓는 주제에, 바라는 게 많아서. 한참 뻗어도 닿을 수 없다면 몽상으로 족할 것이다. 잔뜩 구겨져 물결 주의보가 울리는 골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짧다란 필라멘트를 꽂을 것이다. 깜빡, 깜빡. 그러면 굳어진 태양처럼, 나는 또 빛을 만져야지.

앞서는 소리 하나, 뒤따르는 소리 하나. 같은 걸음을 떼는 듯하지만, 먼저 선두로 서는 형식은 존재치 않는다. 질질 바닥에 끌리는 꼬리를 내 허리에 묶는다. 빨간 실 같은, 적절하지 않은 로맨틱. 보이지 않는 투박한 밧줄을 허리춤에 묶으면 뒤쫓는 나는 응당 발을 뗄 수밖에. 속도를 높혀도 묵묵히 두 발을, 번갈아 뗀다. 겁주려는 것도 아니었지만, 밀림 지대 같은 어깨를 보니 속에 습기가 차서. 청승맞은 어깨, 가만 보고 있자니 얼얼해서. 빛을 만져 화상을 입는다면, 어깨뼈를 아무렇지 않게 애무하고 불에 타 작열하고 말겠다. 어둠을 만지고 흑야를 바라야지. 응달에서 혈우를 맞으며 희끗희끗 꿈결처럼 휘날리는 빛을, 볼 수, 있을까. 내리는 핏물이 군데군데 물들고, 입을 코까지 벌려 마른 목을 축인다. 툭, 투둑, 감은 눈, 두덩이를 노크하고. 얇은 살에 비치는 실핏줄. 까맣고 빨간 온통. 목구멍으로 넘기지 않고, 입 밖으로 콸콸 쏟아지게, 저무는 혈우.

기도하는 가로등. 녹이 슬어서 형편없는 철문, 소리마저 형편없이 삭풍이 분다. 신발을 벗는다고 뒤를 돌 때 눈알이 데굴데굴 굴렀다. 내 눈알을 태연하게, 한쪽 구멍이 뻥 뚫린 자리에 끼워 맞춘다. 비로소 미행 종결이다. 천만다행으로 얽어매고 있는 투박한 밧줄을 끊어내지 않았다. 물에 흐르는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나는 그 눈에서 잠시 유영하기로 한다. 모든 것을 잊을 때까지, 숨쉬는 것도 까먹을 때까지. 물길을 열고 틈새로 들어가, 온몸으로 맞은 혈우를 씻어낸다. 손끝에 물들어 지워지지 않던, 칼날에 베인 것 같은 흔적도 지문까지 닳도록. 자리잡고 있는 지문이 떠내려가면 손가락에 거미줄을 치면 된다. 고매한 호수에 몸 담그고, 파동이 일어 나이테처럼 늘어가는 것을 보며, 김태형을 사랑한다. 미행은 끝나지 않았다. 사랑한다, 사랑을 하고, 또 한다. 달팽이관에 쪽지를 보낸다.

​일부러 깜빡한 발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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