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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 위에 올린 얼음 수건, 붉게 춤추는 심장에도 올릴 수 있다면 좋으련만. 녹슨 피 흘리며 너덜거리는 살점은 흘러간 어느 것에 베였는가, 욕심도 많아 통째로 앗아가는 급한 밤 폭풍을 뒤따라 채찍질하는 것은 누구이며, 폭풍 몰아치는 밤하늘 하얀빛으로 땜질한 별 경계 잃고 와르르 쏟아질까 아래서 어깨로 괴 희생하는 것은 누구인지. 금 부스러기 별 한 조각 야금야금 갉아 먹힌 기억과 엉켜 들날린다. 비행처럼 보이지만 추락하는 것. 신발 가지런히 벗어 폭풍 안으로 낮게, 낮게 자세를 숙이고 몸 맡긴다. 신발을 벗고, 발목을 벗고, 잘린 단면으로 바람 타고 걷는다. 온갖 천체 휩쓴 오뉴월 폭풍이 만든 회오리에는 서쪽 성긴 저녁노을 화르륵 달 겨우 밀어내며 버티고, 바닥에 오롯이 귀 대고 밤길, 물길 소리 따라 비석 덩그러니 세운 무덤으로 내달리는 희미한 열망, 덤비는 외로움. 깊은 외로움에 현재는 없지만 미래는 있다. 계속해서 과거고, 미래이기에. 눈 깜빡이는 지금, 가장 뜨거운 숨 입 밖으로 버리는 지금, 현재는 없다. 난데없이 불거지는 과거는 나침 가리키는 종점에서부터 아스라이 어두워진다. 스위치를 끄고, 일언반구 남긴 채 암전.


콘크리트 같은 까슬한 눈두덩이 매만지는 엄지는 이정표, 손짓 따라 눈두덩이를 일으킨다. 때아닌 열병은 메마른 몸뚱이에 머물러 어디까지 들끓을 심산인지, 눈알 뒤서부터 열대가 찾아온다. 가려운 데를 긁지 못하는 열대 밑에 숱한 계절들과 발끝이, 끈적하게 녹아 흐른다. 열대는 캄캄하게 젖고, 동그라미를 그린다. 동그라미가 침묵하는 소리, 뜨거운 숨, 아직 살아 있구나. 아직 살아서, 아프고, 허파에서는 매미가 울어댄다. 찌르르, 울 적 허파 바로 위 골짜기 같은 신기루에 파란이 인다. 어두워서 환하다. 정중하게 벗어 둔 신발 뒤꿈치에 그림자가 쌓였다. 신지 못하고 그대로, 켜켜이 쌓인 그림자에 피멍 안 들게 아치 그리며 작열하는 태양 머리맡으로 던져 버린다. 안개인 듯 후텁지근한 호흡이 낳은 아지랑이 피어나 창문 두드린다. 형, 나는 계속 앓기만 해요.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내가 짖고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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