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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 저녁, 가라앉는 노을, 불그스름히 다음 요일로 넘어가며 띄운, 헤진 밧줄이 위험 안고 희생하는 공중 그네에 발을 달랑거린다. 발 아래 밀물지는 파도는 거친 모래 한 알씩 아슴아슴 스며들어 마를 새도 없이 철퍼덕 몸을 던진다. 파도 소리가 서린 모래는 우두커니 적셔져 수몰한다. 물기 없이 메마른 달을 적실 파도를 통째로 끌어 던지고서, 닻을 내려 떠내려가지 않도록 고정시켜 수면 위를 오래도록 은빛으로 비춰지게 해야지. 잘 달여진 물을 퍼담아 금붕어를 푼다. 달을 짙게도 달인 물인 것도 모르고, 눈을 깜빡이지 않는 금붕어. 깜빡이지 않고, 감을 일이 없어 누구를 떠올리지도 않을 테지. 눈꺼풀에 사는 누구를, 와장창 깨트릴 일도 없을 것이며. 깨진 날카로운 것들이 흉중을 후벼파기도, 흔적을 남겨 영원불멸한 슬픔이 된다. 한때, 슬픔이나 순간이 되어 지나가는 모퉁이에 숨어 앉고 싶었는데. 지나가는 그들을 온몸으로 놀래켜 주고 싶었던 한때. 눈물길을 두드리는 한때로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림자의 그림자, 목 터질 듯 기침하는 그림자를 어디에 묻어야 하나. 과연, 그림자 속에 묻어야 하겠지. 태양 한 움큼 뜯어 둥글게 뭉친다. 작은 태양이라고 믿을 만큼, 둥글게. 태양은 계속해서 둥글어지고 그림자는 또렷해진다. 이게, 그림자인지, 나인지. 새까만 것이, 곧 나다.

​허리를 꼿꼿히 펴고 앉는 좋은 습관, 식사할 때 의자에 등받이 없이도 곧게 앉는다. 음식물은 50번 채워 어금니로 잘게 씹어 삼킨다. 토한 꽃웅덩이를 식사한다. 집안 곳곳 계획 없던 꽃밭, 보여 줄 이도 없는 흉한 꽃밭을 꾸리고 한데 모아 불질러 버렸다. 모조리 태워 버리고 재가 되면 끝일 줄 알았는데, 이후로는 언저리가 눌어붙은 꽃을 토하게 되었다. 닿기만 해도 바스러질 정도로 삭아 버린 꽃잎을. 뱃속을 진탕 항해하다 싫증에 곤두박질친 것일지, 아니라면 더 이상 자랄 데도 없는 나무가 가지를 목구멍 끝에 걸치고 있는 것일까. 부리 없는 새조차 쉬다 가지 않는 나무. 씨앗은, 너의 숨? 깊게 박힌 숨이 몰래 뿌리 내렸나 보다. 애지중지하던 꽃은 오로지 너였으니, 밤마다 짐승 같은 매서운 소리 내며 너를 토하는 건가 보다. 타들어간 잎 입에 물고 꽃을 피운다. 깊숙히 들이쉬고, 코로 뱉는다. 후욱. 아, 중독. 중독은 불가항력, 먼 별. 나무는 또 한 뼘 키우고 있는지, 혀 편도에서 씁쓸한 초록의 맛이 느껴진다. 그만 아프게 해, 태형아.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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