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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뷔

우주 배영 2017. 6. 30. 20:54



쉬는 숨에서조차 난류가 흐른다. 무엇에 쫓기는가, 칠흑빛 덧진 피멍을 넓은 혓바닥으로 핥는 피맺힌 새벽녘? 쉽게 잠들지 못하고, 휘영 그믐밤 따라가지 못하고. 저 끝 별무리에서부터 달려오는, 날카로이 발톱 세운 새벽이 송두리 삼키는 대로, 삼켜지고, 산산이 뜯기고, 정처 없이 살아 있는 밤. 살아 살육하는 밤. 다리 달린 짐승도 아닌 게, 거구를 쩌억 벌려 몸통을 집어삼킨다. 쿵, 엉덩방아를 찧고 둘러보면 끈끈한 밤의 뱃속. 도망갈 데가 없어 까무룩 정신 잃으면 또 재생되는 환영. 검은 물, 검은 강. 우묵히 옅게 괸 물가에는 검은 해바라기가 갈기 펼치고 우뚝 서 있다. 새카맣게 물결 이루는 강물, 머리 끝까지 담그면 같이 검어질 수 있을까. 스며들기에 더할 나위 없는 물. 물로 녹는다거나, 자꾸만 기운다거나. 물기슭을 따라 걷다 문득 깨달은 게 있다면, 여태껏 흘린 슬픔이 이룬 검은 강이라는 것. 비애가 모이면 강을 만든다고, 슬픔의 색은 검어서 옅어지고 차게 식어야 고작 파랑이 된다. 파랑을 열려면, 검정을 걷기 위해 무엇이 타오름을 무릅써야 하는지. 타오름이 내린다. 빈털터리 낭만가는 속에 뛰어들어 눈을 질끈 감고, 탁탁, 저들끼리 맞부딪는 불똥의 부조화가 귓등으로 들린다. 버젓이 타오르고 있음을, 검은 강물 밑바닥부터 작게 작게 포말이 일고, 홀로 색 입은 찬란한 네가 뜬다. 인어몽人魚夢.

앓고 아팠던 게, 한 사랑, 했던 사랑이 이유라면 생살을 깎는 통각이라도 기꺼이 맺음새 좋게 사랑할 것이다. 무한정으로 사랑할 테니, 지느러미 넓게 펴서 아름다운 선 뽐내며 다시 한 번 고스란히 홀려 주기를. 비추지도 못하는 수면 위 떠다니는 오색영롱한 비늘, 바짓단 걷고 첨벙 들어가 하나하나 품에 주워 담을 거라고. 손과 머리칼에 비린내 배든, 인어내 배든 유영함으로 파동 이는 것마저 세계를 뒤바꾸는 하나의 교리가 될 것이다. 아, 나는 또 취하고. 만약 헤엄치기에 턱없이 모자란 공간이라면, 하루마다 흔들리는 슬픔 지어서 바다 못지 않은 강을 선물하겠다. 검은 강이 싫다면, 진즉 나사 빠진 몸뚱아리 불살라 타닥타닥 마음 길게 여운 없는 재가 되겠다. 그런데 울기를 왜 우니, 사랑 말라는 소리만 하지 마렴. 물로 이어지는 추악은 끝까지 추악을 유지하여 익사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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