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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센 비바람이 맹렬히도 창문을 때린다. 창틀이 아슬하게 버티며 바람 부딪히는 소리가 괴이하기까지 한 폭풍이 몰아치는 밤. 백 개의 손가락이 한 번에 창을 두드리는 바람에 선잠이 몽땅 달아나 버렸다. 잠에서 깬 김에 바깥에 묶어 놓은 개들을 보러 나가 봐야겠다고 생각한 태형은 문고리에 구기다시피 걸어 놓은 노란 우비를 주섬주섬 챙겨 입는다. 뒤에 달린 모자까지 야무지게 머리에 쓰고, 곧 몸으로 부딪힐 밤 폭풍에 침을 꼴깍 삼킨다. 어젯밤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인해 요긴하게 쓰다 신발장에 세워 둔 손전등까지 잊지 않고. 장마철이라고 떠들기에 한껏 기대했건만, 가뭄은 극심해져만 가더니 하늘에서 묵혀 둔 폭우를 한 번에 뿌릴 줄이야. 빗발이 하도 세차서 일부러 작게 연 문인데도 그 틈으로 비가 다 쏟아졌다. 할 수 있는 데까지 몸을 납작하게 만들었지만, 현관은 이미 물난리 났겠지. 빗줄기로 앞이 뿌얘서 손전등을 켜 보아야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사냥개들이 쇠줄에 묶여 있을 마당 한 구석으로 향하는 축축한 발걸음. 빛을 비춰 보았다. 아, 무슨 일이지. 처참... 한 광경. 그렇게 포악하던 사냥개들이 유약한 한낱 종잇장에 불과하지 않던 순간. 세 마리 전부 쏟아진 내장을 추스리지도 못하고 들쑤셔져서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태형은 저절로 풀린 손아귀에 손전등을 놓칠 뻔했지만, 겨우... 마음을 다잡고, 아, 으악!

​2.
정체 모를 것이 뒤에서 덮쳐 와, 마당 시멘트 바닥에 쿵 엎어지고 말았다. 몸을 깔아뭉개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자칫하다가는 사냥개 꼴이 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과 공포가 사고 회로를 갉아먹는다. 만약 사냥개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면, 바로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었을 터이다. 시간이 지나기를 바라며, 시체로 착각해 돌아가기를 바라고 숨을 콱 죽이고 있었는데 오히려 시체 같은 건 뒤를 습격한 덩치다. 이상할 정도로 잠잠하다는 걸 느낀 태형은 있는 힘껏 덩치를 들어올리며 몸을 일으켰다. 방금 전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어트린 손전등을 주워, 빛을 비추어 보았고 쇼킹함에 그대로 넘어갈 뻔했다. 사람, 사람이 맞는데 꼬리가 달려 있다. 복실한 털을 가진 사람. 끝에서 끝으로 빛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골이 당긴다. 귀까지 갖춘, 그러니까, 보통 생각하는 사람 귀가 아닌 짐승 귀. 도, 돌연변이? 괴물...?

3.
엎어져 있던 괴물 다리를 낑낑 끌고 집에 들이고 말았다. 타고난 심성을 어찌 할꼬. 밝은 전등 밑에서 보니 더 가관이었다. 외향은 분명 사람인데, 오점이 많다는 말이지. 귀 하며, 꼬리 하며, 날이 선 발톱과 손톱까지. 게다가 입 주변에 동그랗게 맺힌 핏물이 등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 자식이 내 사냥개로 포식을 한 모양이다. 하아.... 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비를 벗고, 동그랗게 말아 구석으로 냅다 던진다. 현관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그야말로 참담했다. 물로 흥건한 바닥을 어떻게 치울지 막막했고, 무엇보다 저 수컷 괴물이 가장 태형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비를 쫄딱 맞은 채로 있을 수는 없지, 샤워하면서 정리를 해 보자. 음, 정리는 나중에 해 보자. 보송해진 것 말고는 별다른 수확을 얻지 못한 채, 윗옷을 마저 입으며 욕실에서 나왔는데, 글쎄. 이게 괴물은 맞는지, 샤워하는 사이에 본체라고 해야 할까. 요새 산에도 잘 없다는 이리로 변해 있었다. 그러니까, 늑대 말이다. 현실에서는 놀랐다고 발라당 기절하지 않더라. 다만, 평소보다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는 점. 살갗을 뚫고 나오는 줄 알았다. 심장이.

4.
쭈그려 앉아, 회색임에도 오색 빛을 내는 것처럼 찬란하게 반짝이는 털을 만지작거렸다. 정체가 뭐니, 당최 모르겠다. 그 큰 이리를 안아 들고, 욕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눕혔다. 혹시 감기라도 걸릴까 싶어서. 사냥개를 씻겨 주었던 것처럼 샴푸를 짰는데, 헛걱정이 된다. 개 전용 샴푸 써도 되나? 음, 갯과니까 상관없겠지. 덩치가 큰 만큼 손바닥에 넘치도록 짠 후, 두 손바닥을 비벼 거품을 가득 냈다. 비를 오롯이 맞아 다 죽은 털 위로 폭신한 거품을 문지르며, 한 손에는 샤워기를 쥐고 빠르게 샤워를 마쳤다. 물론 바닥에 붙이고 있던 다른 면을 씻기려고 뒤집느라 애먹었지만. 격정적인 샤워를 마쳤는데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걸 보니 많이 피곤했나 보다. 말라 빠져서 뱃가죽이 붙어 갈비뼈가 보일 듯 말 듯한 배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으니, 목숨이 다한 것은 절대 아니고. 저 눈꺼풀을 언제 들어올릴 셈일까. 방 안에는 짐승을 들이지 않는 것이 나름대로 수칙이었는데, 태형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혀를 내두르고 또 낑낑. 이불장에서 포근하고도 낡은 냄새가 물씬 나는 담요 여러 장을 꺼내 괴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여하튼 그것에게 덮어 주었다. 누군가 검지로 눈두덩이를 꾸욱, 누르며 괴롭히는 것 같은 느낌에 태형도 잠을 청한다. 새벽 네 시. 아침에 눈 못 뜨는 거 아니야? 물어뜯겨서.

5.
새가 높은 음으로 지저귀고, 황금 햇살이 침대 위로 따뜻하게 쏟아지고, 얇은 이불이 몸을 휘감고 있고, 눈곱 낀 눈을 비비며 눈을 떴더니, 회색 늑대가 침대에 앞발을 올리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히, 히익.... 저도 모르게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기고 몸을 숨겼다. 내가 키운 사냥개들은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 기가 죽던데, 얘도 그럴까, 아니야, 생명 보장 안 되는 일은 사서 하지 말자. 그래서 눈을 꼭 감아 버렸다. 다시 잠든 것처럼. 일부러 코 고는 소리까지 내며, 잠든 척을 하는데, 까끌하고 뭉툭한 게 툭툭 친다. 눈을 다 뜨지도 못하고 실눈뜨고 보니,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하는 듯 발로 치고 있던 것이었다. 발톱... 발톱, 어제 집에 데리고 오자마자 발톱 먼저 깎았어야 했는데. 난 죽었다. 힘이 풀린다. 축 늘어져 있자 침대에 무게가 실려 한쪽이 기울었다. 늑대가 위로 폴짝 올라와 옆구리에 찰싹 붙어 몸을 뉘이고 눈을 깜빡인다. 아? 이 애교쟁이는 뭐야. 개를 키우던 습관이 있어, 이불 안에서 손을 빼고 습관대로 머리에 턱 얹어 보드랍게 쓰다듬어 줬다. 스르륵 눈이 감기고, 아예 고개를 푹 묻는 회색 늑대. 은인을 알아봐 주어서 고맙다. 영리하네, 사람같이. 사, 사람 맞지. 사람이지....

6.
털이 풍성한 꼬리가 살랑거리며 바닥을 쓴다. 큰 손으로 쓰다듬어 주다 말고, 침대에 벌떡 앉아 침대 아래로 손짓을 하자 그것마저 속뜻을 알아듣고 바닥에 앉는다. 서열 정리를 할 참인가 보다. 침대 옆 서랍에서 입마개를 꺼내 보인다. 네가 괴물이든 늑대든, 나랑 지내면서 복종하지 않으면 이걸 채워 버릴 거야. 알겠으면 이리 와. 손에 들린 입마개 때문인지, 잠시 머뭇거리다 슬쩍 다가간다. 게걸스럽게 침 흘리던 사냥개 세 마리를 휘어잡았는데, 늑대라고는 못할까.

7.
평화의 연속. 잘못 발을 휘두르면 살가죽이 벗겨질 것도 같아 전에 쓰던 발톱깎이를 들었다. 얌전히 있어. 늑대가 엎드려 있기에 마주보고 엎드려서 깔린 신문지 위로 발톱을 깎는다. 아주 정성스럽게. 아프면 말해. 하는 말마다 똑똑하게 잘 들어서인지, 태형은 늑대가 말 못 하는 네발짐승이라는 것을 망각하고야 말았다. 드디어 마지막 발톱, 기다리기 지루했던 늑대가 발을 꼼지락거리며 작게 움직인다. 어어, 안 돼, 가만히 있어. 잘못하면 다친다고…. 발톱 깎기에 열중한 나머지 입술이 툭 튀어나온 것도 모르고, 다칠까 봐 늑대를 다그친다. 다 깎았네, 잘 기다렸어. 밥때이기도 하고, 칭찬 의미로 손질 안 된 생닭 두 마리를 던져 준다. 그러면 일상에서는 드러내지 않는 날카로운 이빨을 보이며, 순식간에 해치워 버리는 게 이럴 때는 늑대는 늑대구나 깨닫는다. 집에만 있기에는 갑갑해하는 게 느껴져서, 집 앞에 풀어 주면 온 산을 뒤엎고 온다. 집에서 늑대를 기다리고 있음 짐승 우는 소리가 다 들리니까. 거기다 알아서 척척 집으로 돌아오면 종종 나뭇잎이 털에 걸려 있고는 한다. 잘 놀다 왔네? 꼴이 어떤지도 모르고, 뛰놀다 오느라 모자란 숨을 쉬느라 바쁘다. 언제는 멋드러지게 튀어나온 주둥이에 새하얀 토끼를 물고 와서 태형을 경악케했다. 여느 때처럼 집으로 잘 찾아온 늑대가 기특해 뽀뽀해 주려고 했다가, 토끼 눈이 엑스가 돼서 숨통이 끊긴 걸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애꿎은 토끼가 불쌍했지만,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것에 대해 인간 태형이 거스를 수가 없어서. 뭐, 그냥 잘했다고 해 줬지. 늑대가 은근히 칭찬에 약해서.

8.
첫만남 이후로 사람으로 변한 걸 본 적이 없다. 주변이 어둡고 장대 같은 비에 제대로 보지도 못한 얼굴이라, 기억에서 희미해졌는데. 또 다시 궂어지는 날씨에 비가 오려나 보다, 요즘 잘 느끼지 못하는 시원함을 만끽하려 커튼을 젖혔다. 늑대는 이제 토닥여 주며 재워 주지 않아도 단잠에 빠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친 숨을 내쉬었는데, 태형이 침대에 없어도 잠만 잘 잔다. 괘씸하기도 하고. 나중에서야 이불을 비집고 누우면 두터운 팔로 태형을 감싸 품으로 당긴다. 속절없이 끌려가 꼭 사람에게 안긴 것 같은 묘한 기분에, 날이 더워도 온기가 기분 나쁘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혼자 지낼 때보다 더 깊게 잘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중, 고통에 찬 악에 번뜩 눈이 떠졌다. 얼른 방 불을 켰더니, 사람이 된 늑대가 방을 구르고 있었다. 흐윽, 하, 아악! 태형은 안절부절못했다. 늑대가 목을 죽 빼고서 너무나도 괴로워하고 있었고, 이런 식으로 통증을 토하던 개 한 마리를 잃은 적이 있었기에. 울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늑대에게 다가갔다. 왜 그래, 뭐가 문제야. 응? 오후에 상한 고기를 먹었나? 덜덜 떨리는 손으로 부드러운 늑대 머리칼을 어루만진다. 손등 위로 눈물을 뚝뚝 떨구고 만다. 늑대는 발작하며 몸을 꽉 비틀다가, 무어라 말을 한다. 그게,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지켜보는 태형은 주먹만 쥘 뿐이었다. 사람 말을 가르쳤어야 했는데, 말로는 안 된다는 걸 알아챈 늑대가 태형의 손을 끌어 자신의 목 뒤에 가져다 댄다. 무언가, 만져지는 게, 이거다. 이게, 나의 회색 늑대를 괴롭게 하고 있었다.

​9.
집에 있던 공구를 잔뜩 가지고 와, 목줄 비스무리한 것을 깨부쉈다. 진이 다 빠져서 몸을 웅크려 떨고 있는 늑대를, 덕분에 따뜻한 품에서 곤히 잠들 수 있었던 것처럼 가득 끌어안았다. 코밑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니, 덥지 않을 정도의 온도를 가진 숨이 손가락을 간지럽혔다. 살았으면 됐다. 그렇지만 눈물은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이게, 마음대로 안 돼서. 눈이 우는 눈물이 아닌, 감각과 감정이 우는 눈물이라. 눈을 힘겹게 뜨고 있던 늑대가 손을 뻗어 살이 짓무르지 않게끔 살살, 눈물을 닦아 준다. 오히려 그 행동이 찌르르 아프게 해 그치기는커녕, 그 새벽에 눈물을 한바탕 쏟아냈다. 비록 말 못하는 늑대지만 꺽꺽대며 우는 태형을 달래다 울지 말라고 티슈를 잔뜩 뽑아 와서는 절절맸다. 태형은 그날 저녁 늑대와 산바람을 맞으면서 자책했다. 왜 그것을 진작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그럴 법도 했는데 말이다, 이상하지.

​10.
날씨가 구리다. 다른 날보다, 더. 늑대는 오늘도 홀로 산책을 나갔다. 산 정상인지, 하울링이 온 세상을 울린다. 요새 늑대의 하울링이 잦아졌다. 별들이 꼬인 밤, 같이 울어 주는 동료도 없음에도. 집으로 돌아오면 단둘이 꾸리는 일과가 새로이 생겼다. 늑대에게 말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어디에서 배울 기회조차 없었겠지, 막힌 소리밖에 낼 줄 모르는 늑대를 위해 혀 안쪽 깊숙하게 손가락을 넣어 발음을 알려 준다. 혀를 꾹꾹 눌러 주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본다. 태형이 늑대를 붙잡고 가르친 결과, 김태형이라는 말을 완벽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준으로 해냈다. 다른 말은, 가르치려고 보니 딱히 생각이 나지 않아 완벽하게 해낼 때까지 전념하기로 했다. 스스로도 말하는 게 신기한지 하루 종일 태형, 태형 노래를 부르더라. 아마 그렇게 부르면 태형이 돌아보거나, 대답하거나, 눈을 맞춰 주니 불러댄 거라고 추측. 발음 원리를 학습했다고 금방 말도 따라 했다. 특히 하지 마라는 말을 그렇게 한다. 내가 늑대한테 하지 말라는 말을 그리도 했던가. 머리를 긁적인다. 이제는 좋아해를 가르치려고 한다. 사랑해보다 좋아해가 더 애틋하게 느껴져서. 발음은 어렵겠지만, 얼마가 걸려도 꼭 숙지하게 할 테다.

11.
좋아를 입에 달고 산다. 히읗 받침을 빼고 멋대로 발음해서 어눌한 게 귀엽다. 늑대 털을 빗어 주면 무방비한 상태로 배를 깔고 누워서, 태형 좋아라고 반복해 말한다. 이런 게 아니라도, 뜬금없이 태형 좋아를 나즈막이 말하고는 한다. 잠꼬대로도 할 정도라니까. 샤워하고 나와서 옷을 껴입으려고 하면 뒤에서 끌어안고 속삭인다. 좋아한다고. 그럴 때면 볼이 빨갛게 익어 버린다. 늑대가 감정 변화를 알아채지 못해 다행이다. 구름이 몰려오고, 오늘은 정말 비가 한차례 올 모양이다.

12.
밤새 으르렁거리며 이빨을 보이길래, 안 되겠다 싶어 한참 전에 보여 준 입마개를 꺼냈다. 입마개를 보고 더 날뛰는 늑대에, 태형은 당혹도 잠시 개를 다루던 때를 상기하며 침착하게 입마개를 채웠다. 딸깍, 소리가 나고 뒤로 팔을 짚고 숨을 돌리는데 늑대가 기어코 태형을 덮쳤다. 만약 첫날 때처럼 발톱이 있었다면 태형은 갈기갈기 찢겼겠지. 너 왜 이래, 정말! 당해내지 못할 힘에 호통을 쳤더니, 움직임을 멈추고 초점 없는 눈으로 쳐다본다. 입김이 얼마나 뜨거운지 벌써 수염 끝에 물기가 맺혀 있다. 오늘은 같이 못 자. 밖에 있어. 다리에 힘을 주어 버티는 탓에 태형은 땀 한 바가지를 흘렸다. 전에 사냥개들이 머물던 철창에 늑대를 가두고 샤워를 했다. 꼭 같이 잠을 청하던 침대에서, 혼자 자려니 온갖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산벌레들이 우는 소리, 자신이 숨쉬는 소리, 창을 덜그럭거리며 부는 비바람 소리. 얼마 안 돼서 비가 토도독 쏟아진다. 천지를 흔드는 천둥 소리가 늑대의 하울링 같기도. 비가 오는데, 밖에 둬도 될까. 금방 마음이 약해져서 에잇 일어나 버린 태형은 샤워한 몸으로 또 비를 맞으러 나간다. 후다닥 나갔더니, 어라. 철창 문이 활짝 열려 있네. 경위를 알 수 없는 태형은 철창 안으로 들어간다. 늑대 털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입마개만이 차디 찬 콘크리트 바닥 위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늑대야, 내 늑대야. 부르는 소리가 우렁찬 빗소리에 묻힐까, 목 긁으며 피맛이 날 때까지 소리를 질렀다. 폭풍우 몰려오는 깊은 밤에, 태형의 심연이 뭉쳐진 구름에서 쏟아지는 상념들을 온몸으로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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