슙뷔 하얀 건반, 검은 띠
분식집, 망한 옷가게, 생선가게, 반찬가게 등등. 분식집 앞에는 피아노 학원이 있고, 그 위로 몇 걸음 움직이면 태권도장이 있다. 태형은 운동이 끝나면 땀에 푹 절어서 피아노 학원 입구에 크게 자리한 피아노 구경을 하러 가고는 한다. 면밀히 말하자면, 큰 피아노가 아닌 학원생인 윤기를 보러 가는 거고. 태권도장에 다니건, 피아노 학원에 다니건 또래들이 우르르 몰리는 분식집에서 윤기를 처음 보았다. 하얀색 교복 니트가 유난히 잘 어울려서, 교복 차림에 샛노랗게 탈색한 머리가 퍽 잘 어울려서 넋을 놓고 떡을 먹다가 눈이 마주쳤다. 잠시였지만 저를 보고 질색하는 얼굴도 잘생겨서, 생면부지인 윤기에게 반했다. 나갈 쯤 거울을 보니 입가에는 양념이 다 번져서는, 더 가관인 건 이에 고춧가루가 꼈더라. 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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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9. 2. 2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