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KVM 너에게, 그리고 너에게 하는 말
널 종교로 삼고 싶어. 네 눈빛이 교리가 되고, 입맞춤이 세례가 될 순 없을까. 태형아, 헤어지자. 그래서 부른 거야. 약지를 매만지다가, 딱 들어맞던 반지를 잡아 뺀다. 꽉 쥔 주먹을 가지고 가서 손바닥에 칠이 벗겨지고 만 반지를 쥐어 준다. 이거는, 다른 사람이랑 해. 알겠지? 여느 때처럼 엉덩이를 두어 번 토닥이고 자리를 뜬다. 만남이 없는 이별이다. 반지를 쥔 채로, 공허와 미련이 남아 눈으로 지민을 쫓는다. 옅게 선팅 되어 있는 차창으로 낯선 여자가 보인다. 닳고 닳은 것은 지민과 맞춘 반지가 아니고, 태형이었으리라. 밟고 서 있는 땅이, 푹푹 빠진다. 몸이 무거워서, 아니, 모든 무게를 마음에 쏟고 있느라. 한 방울, 두 방울 회색 아스팔트 바닥이 짙어진다. 눈물인 줄 알았건만, 정수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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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8. 27. 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