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뷔 첫여름
1987, 조용하다. 마룻바닥이 삐걱이지도 않는다. 마음이 파래지게 부는 산들바람은 먼저 연갈색 머리카락을 훑고, 다음으로 스치고 지난 풍경. 짤랑, 귀를 간질이는 찬란한 소음. 작은 금속 붕어가 뒷들 초록 바다에 아가미를 벌컥 열고 숨쉰다. 초록 바다의 격류에도 몸 사리지 않는다. 꼬르륵, 머리에 창해를 이고 수면 위로 기꺼이 띄운 여름 잎. 억겁을 버틴 여름 잎은 가까스로 5월의 블루스를 춘다. 다다미가 깔린 방, 소박하게 마련된 부쯔마 앞에 발을 모으고 합장한다. 열린 창문 틈으로 길게 햇살을 울린다. むすんでひらいて…. 희미하게 들리는, 흐린 곳 없이 명랑한 목소리가 속눈썹을 굳힌다. 열 손가락을 딱 붙이고서 풍경 소리를 듣거나, 두부를 싣고 어정어정 달리는 트럭 소리를 들으면 샘에 고인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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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5. 20. 2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