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 쩡 굳은 태형의 반응은 곧 정국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푸석거림이 남은 뒤통수를 멀뚱히 쓸었다. 민 지 얼마 안 되어서 손바닥이 까끌했다. 완벽한 갈빛이다. 너, 언놈이... 머리를 그따위로 만들었어. 소중한 흑발! 어디 갔냐고! 파워 쿨톤에 찰떡이던 흑발이! 어디로 갔냐고! 분개하는 태형을 욕실로 겨우 밀어 넣었고, 신발장에 거울을 올려 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미신에 다이소에서 단돈 1,000원을 지불하고 샀던 조그마한 거울로 요리조리 둘러보았다. 아직도 그런 미신을 믿어요? 타박할 때는 언제고, 가장 요긴하게 쓰고 있는 건 정국이다. 본인마저 어색함에 몸서리를 치고 만다. 쩡구아, 금방 끝나. 야, 멍청아, 너 부른다고 뒤를 보면 어떻게 해. 하얀 이발소 가운을 몸 앞에 두르고 경..
아가미가 없는 대신, 뚫린 등에 깊은 또 하나의 심해로 큰 한숨을 뱉는 고래. 사람도 크고 많은 한숨을 쉬면서 심장에 조금씩, 조금씩 망연한 블랙홀이 나고 말았겠지. 통증, 괴롬을 모두 탄내 나는 블랙홀에 내던질 수 있다면, 사랑의 그리움까지도. 모닝콜이 시끄럽게 소리 지르면 아침이 밝았다는 걸 체감한다. 손길이 닿을 때까지 우는 것을 무심하게 꺼 두고, 눈을 감으면서 귀마저 닫았는지, 미동도 없는 태형을 바라보다 이불을 잘 덮어 주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새벽 같은 아침은 몹시 서늘해서, 어제도 했던 같은 고민을 한다. 하복을 입어야 하나, 춘추복을 입어야 하나. 인스턴트로 차린 식사를 해치우고, 더 자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메워 멍한 몸으로 양치를 하고, 부스스한 머리를 물로 빗고도..